
배경
고3 수능을 본 1996년 겨울에 담배를 시작해서 2012년 7월까지 담배를 피웠습니다. 중간에 몇 차례 금연을 시도한 적도 있었습니다. 짧게는 몇 달, 길게는 1년 이상 끊기도 했지만 결국 다시 담배를 피우게 되었습니다. 당시 저에게 담배는 하나의 도피처였습니다. 문제를 직시하기보다 담배를 통해 잠시 회피하는 수단에 가까웠습니다.
2012년 결혼 후, 맥북 프로를 사기 위해 아내와 3년 동안 금연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평생 담배를 끊을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듬해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간접흡연이 아이에게 좋지 않고, 부모가 흡연할 경우 아이도 흡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는 담배를 피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까지 금연 중입니다. 예전에는 아이가 다 크고 나면 다시 필 생각이 있었지만 지금은 평생 담배를 필 생각이 없습니다. 생각만 없는 게 아니라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한 10년쯤부터 그랬던 것 같습니다.
실패한 시도한 방법들
처음 담배를 끊으려고 했던 건 군대에 있을 때 였던 것 같습니다. 오래돼서 기억이 희미한데 1년 가까이 끊었던 것 같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던 건 아니었고 감기몸살을 심하게 앓고 난 후 담배 생각이 잘 안 날 때 냉큼 끊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건강하지 않던 시절 감기나 몸살을 자주 앓았었는데 낫고 나면 몸이 리셋이 되는지 담배 생각이 안날 때가 있어서 이후에도 몇 번 이 타이밍을 이용해서 몇 번 끊었습니다. 대부분 몇 개월 정도밖에 못 갔었습니다. 의지로 참아 보기도 하고 담배 생각날 때마다 초콜릿이나 사탕을 먹기도 했었습니다. 금연초나 패치류는 해본 적은 없습니다. 술 마시면 담배에 대한 유혹을 못 참는 경우가 있어서 강제 금연을 같이 하기도 했었습니다.
담배 생각 안하기
제가 가진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책들을 많이 읽었습니다. 단편적인 지식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사는데 유용한 지혜가 되곤 합니다.
뇌의 무의식은 긍정과 부정을 구분하지 못하고, 자주 떠올리는 대상일수록 더 강하게 기억한다고 합니다. 완전히 입증된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저는 이 설명이 제 경험과 꽤 잘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담배 생각이 날 때마다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담배 생각을 오랫동안 한 후에야 끊거나 실패하고 계속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계속 반복하면 생각을 전환하는 빈도가 올라갑니다. 뿐만 아니라 점점 더 전환하는 시기가 당겨집니다. 계속 반복하다 보면 담배 생각이 나자마자 이 생각을 자를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다가 생각이 나기 전에 다른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러다가 담배 생각이 머릿속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생각을 계속하게 되면 안 좋은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대상에 대한 생각을 계속하다 보면 자신에게 편한 방향으로 결정을 내릴 확률이 높아집니다. 예를 들어, 운동을 갈지 말지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합시다. 길게 고민했을 때 운동을 하러 간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빈도를 생각해 보세요. 아마 안 간 경우가 많을 겁니다. 대부분의 생명은 단기적으로 쉬운 방법을 선호합니다. 운동을 안 가서 편안하고 아늑함을 느낄 것인지 땀 뻘뻘 흘리면서 근육통과 함께 바벨을 들면서 힘들어할지를 선택하라면 당연히 전자를 선택할 것입니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담배 생각이 날 때마다 다른 생각을 하면 됩니다. 그게 뭐든 상관없습니다. 담배 피우고 싶을 때 오늘 저녁 뭐 먹을지를 생각해도 되고, 장바구니에 담아놓은 상품을 구매할지 말지를 생각해도 됩니다. 아니면 생각을 멈춰도 됩니다. 그런데 생각 멈추기가 아마 쉽지 않으니 다른 생각으로 전환하는 게 좀 더 쉬울 겁니다.
뱀꼬리
이 방법은 담배뿐 아니라 뭔가 끊고 싶은 게 있을 때 사용하면 좋습니다. 짧은 시간에 생각이 쉽게 바뀌지 않지만 반복해서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변해 있는 나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번 실패했다고 포기하지 마세요. 한번 시도했을 뿐이고 기회는 많이 있으니까요. 실패는 무겁고 자신에게 치명적인 것처럼 받아들여져서 새로운 습관을 들일 때 가장 큰 장애가 됩니다. 실패가 아닌 시도를 했는데 잘 안 됐고 다시 하면 된다라고 생각하면 좀 더 좋습니다.
금연이나 금주처럼 끊는 습관은 게임과 비슷합니다. 다시 시도할 수 있다는 거죠.